세상속의 고운미
event_available 04.05.14 04:4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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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고운미

여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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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진 음식 섭취가 늘고 오염 등 환경적 요인으로 여드름 발생이 늘고 있다. 여드름 진료가 많은데 간혹 아들 딸 손에 끌려온 보호자가 의사에게 판결을 요구하기도 한다. <br />
\"선생님, 여드름은 저절로 낫지요? 우리 때는 여드름은 다 그냥 두었는데..\" <br />
같이 온 딸을 째려보며 엄마는 은근히 나에게 한편이길 바란다. <br />
나는 결연히 말한다. <br />
\"여드름은 저절로 낫는 게 아닙니다. 피지 분비가 많아져 모낭에 피지가 괴어 2차적으로 염증을 일으킨 모낭염의 일종입니다. 여기에 아크네라는 세균이 붙으면 농포를 형성하지요. 필요하면 피지조절약이나 세균 잡는 약을 복용해야 합니다. 염증이 약하면 바르는 약으로 충분하죠. 흉터나 모공이 걱정되면 피부 치료를 받으셔도 좋구요\". <br />
그제사 엄마는 동지가 아님을 깨닫고 바로 반격을 한다. <br />
\"피부과 약은 독하잖아요? 여드름 약 먹으면 애기 못 낳는다던데요?\" <br />
또 그 소리. 얼마 전 모 매체에 발표된 내용이 와전돼 이후 여드름 진료 시 매번 듣는 질문이다. 환자들을 어떻게 탓하랴! 오해를 일으킨 제공자에게 허물이 있으리. <br />
\"절대 독하지 않습니다. 그런 약이 식약청 허가가 날 리도 없구요. 다만 이약은 복용하면 오래 몸에 남으므로 끊고 1달 후에 임신하라고 돼 있습니다. 임신 중에는 대부분의 약을 못 먹듯이 이 약도 안되지요\". <br />
경직된 어머니의 얼굴이 조금 풀렸지만 아직은 호의적이지 않다. <br />
\"그러면 약을 먹고 피부 치료도 해야 되요? 필링인지 자꾸 받으면 피부 약해진다든데...\" <br />
\"필링은 각질을 벗기니 피부가 약해진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은 진피층내 콜라겐 재생을 유도하므로 역설적으로 피부가 건강해집니다. 여드름의 염증도 많이 완화되고 후유증인 착색이나 모공 확대도 많이 방지 됩니다\". <br />
어머니의 얼굴이 밝아졌다. 이 기회를 틈타 딸이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 내말 맞잖아. 나 오늘부터 치료 할거다\". <br />
이제야 이날 힘든 진료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됐다.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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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전문의 정현주 <br />
출저: 매일신문 2004년 04월 07일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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