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의 고운미
event_available 09.10.06 04:3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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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고운미

나우루의 교훈

본문

나우루의 교훈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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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생자녀를 둔 가정은 인생 고비의 축소판처럼 각종  희노애락의 파노라마가 다채롭게 펼쳐지는 독특한 문화가 있는데 이 상황들이 요즈음 나의 가장 큰 스승이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면서도 한 번의 수능 시험이 한사람의 능력 척도인 것처럼 사생결단하고 있는 아들을 이완시키거나 진정시키지 못하고  덩달아 허둥거리는 무기력한 자신을 발견하고 멀리 바라보는 탄력적인 사고법을 배우고, 절대 그럴 수 없는데도 한 번의 추락한 모의고사 성적이  미래의 실패예고인 것처럼  실망하는 아들을 격려하지 못하고 덩달아 풀죽은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발견하고 고통을 희석하고 소망으로 기다리는 법을 수양한다. 그러던 와중에 며칠 전 아들이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고 연신 고개를 갸우뚱한다. 흡족하다는  표정도 실망스러운 표정도 아닌 모호한 표정이다. 믿었던 과목의 점수가 하락하고 늘 걸림돌이였던 과목이 대박을 쳤단다. “어머니, 성적표가 상전벽해예요” 모자라는 과목이라고  겨울 방학내내 씨름하더니 상종가를 내고 믿고 등한시 한 과목은  하한가를 친모양이다. <br />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나우루 공화국이 생각난다. 인광석이라는 천혜의 자원 탓에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이천 불이던 1980년대에 이미 소득 삼만 불의 경제 대국 이였다. 집집마다 차가 두 대씩이고 학비도 없고 세금도 없고 병원비도 공공요금도 없는 완벽한 지상 유토피아였다. 석유보다 비싼 값으로 거래 되는 인광석은 이 섬에서 살고 있는 바닷새 알바트로스의 분비물이 해양 퇴적물과 섞여  만들어진 광석으로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여 경작지를 포함한 전국토를 파헤쳐 이 광석을 채굴했다. 이렇게 흥청망청 20여년이 지나자 인광석은 고갈되고 국토는 채굴 후 버려진 황무지만이 폐허로 남았다. 그동안 국민들은 비만, 당뇨 등 풍요속의 성인병환자가 되고 설상가상으로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높아져 섬 존재 자체가 위협을 받는 지옥으로 전락하고 말았다.<br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고 열흘 붉은 꽃은 없고 영원히 강함은 없고 종말 없는 풍족함은 보지 못했고 높이 오른 파도가 내려오지 않는 법은 없다. 붉을 때 강할 때 풍족할 때 혹은 높이 올라 자신 있을 때 내려옴을 대비 하지 않으면 나우루처럼 된다. <br />
사소한  아이의 모의고사 성적하나에도 우리는  이런 놀라운 진리를 터득할 수 있다.  자신있어 등한시 했던 과목에서, 높은 성적이 나와 더 이상은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난공불락이였던 과목에서 우리는 걸려 넘어진다. 노력하지 않고 거저 얻었던 인광석이 영원할 것 같았지만 질병과 가난, 황폐한 국토를 남긴 채 고갈되었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거저 받은 미국 정부의 원조로 살아가던 인디언들이 풍요로움 속에서 비만, 당뇨, 약물중독으로 스스로 설 수 없음과 유사하다. 우리네 인생도 이러하다. 나무를  잘 오르는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듯 내가 잘하는 것, 내게 많은 것, 내가 뻐겼던 것으로 내가 추락한다. 부족함의 미학, 모자람의 에너지, 약함의 강인함, 겸손의 유익등이 우리네 인생에서 많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위인들의 석세스 스토리 뒤에는 항상 부족함이 있었고 노력하는 인간승리가 있었다. 루게릭병의 스티븐 호킹, 삼중고의 헬렌켈러, 존 밀턴의 시각장애, 베토벤의 청각장애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신화들이 이들의 증거가 되고 있다.  <br />
“아들아, 풍요에 안주하다가 나우루처럼 되지 말고 부족함의 창조적인 에너지로 인생을 열어보자” 라며 성적표를 쥐고 있는 아이에게 간절히 당부해본다.<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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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4. 23 매일신문 고운미피부과 정현주 원장<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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