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의 고운미
event_available 09.10.06 04: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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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고운미

하롱베이에서 온 새댁

본문

하롱베이에서 온 새댁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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붐비는 외래 환자 가운데서  유난히 두리번거리는 두 아가씨가 눈에 들어온다. 그러고 보니 한 아가씨는 얼굴이 낯설지 않다. 얼마 전  한국인 남편과 진료를 본 하롱베이 아가씨다. 눈밑과 광대 부위에 짙게 자리 잡은 기미 때문이였다. 어눌한 한국말로 병력과 증상을 얘기하고 말이 막히는 부분에서는 나이차 많은 남편에게 도움과 동의를 구하며 연신 방글 방글 웃는다.  혼기를 놓친 농촌 총각들이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여 이런 저런 사연을 빚어내며 사는 한베 부부를 외래에서 심심찮게 만난다.  농촌 마을 동네 어귀마다 자극적인 문구로 베트남 처녀를 중매하는 플랭카드도 한몫을 했으리라! 경제적인 어려움,  이질적인 문화, 성장배경의 차이로  한베 부부의 사연들은 대개 씁쓸한 갈등이  많다. 그런데 이 부부는 나이차 많은 남편이 마치 어린 애첩을 대하듯 사랑스럽게 부인을 대한다.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손으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사랑스럽게 아내의 긴 머리칼을 쓸어 올려 주는 농부의 손길이 어색하지만 감동적이다. 신랑은 임신 후 짙어지는 기미가 마치 자신의 죄과인양  미안해하며 고쳐달라고 애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임신 중이라 치료가 제한적이고 출산 후에는 저절로 호전 될 수 있다고 안심시키고 돌려보낸 부부였다. <br />
그 아내가 오늘은 친구를 데려왔다. 멀리서 나를 보더니 “원장님, 무서워요” 하면서 달려와  포옹에 가까운 반색을 한다. 남편 없이 혼자 와서 불안하다는 말인 모양이다. 같이 온 새댁은 최근에 한국으로 시집온 어릴 적 동네 친구로 자신이 중매 했단다. 한국말이 더 서툴다. 아직 존댓말을 못 배운 모양이다. “나 얼굴에 머 났다. 아파. 회사 근처 의사 안 나아. 친구 여기와. 좋다. 나아줘.” 귀엽고 재미있어 자꾸 말을 시켜봤다. 휴대폰 회사에 다니며 신랑들이 잘해준다고 서로 자랑한다. 베트남 친구들 끼리 모임이 있어 재미있고 구미에는 여동생도 산단다. 미국 이민 초기 ,한 가족이 성공하면 주변 친인척을 고구마줄기 엮듯 주렁주렁 엮어 미국으로 불러갔던 것처럼 이 아가씨들도 친구 형제를 다 불러서 한 일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시간이 흐르자, 그녀들은 처음의 긴장하고 위축된 표정과는 달리 20대  초반의 발랄한 아가씨로 돌아와 있었다. 표정이 풍부하고 목소리 톤이 명랑하며 깔깔 웃어대는 것이 영락없는 구김살 없는 청춘 소녀들이였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눈가가 젖어들었으나 기쁨에 겨워 “내일 엄마 온다. 하롱베이 엄마 온다.” 라고 묻지도 않았던 말로 자랑한다. <br />
가슴 한편이 아려 온다. 우리가 누리는 사소한 당연함이 큰 축복으로 다가 온다. 우리는 저 베트남아가씨보다 더 잘 나지도 않았고,  노력한 것도 없는데  거저 받아 누리는 은총이 너무 많다. 가진 자들의 나눔이나 너그러움이 재벌이나 갑부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br />
평범한 우리도 한국으로 시집 온 이방인 새댁들을 향해 사랑과 정, 관심으로 그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내가 거저 받은 많은 것을  조금이라도 돌려 드리는 길이리라. 그들이 우리와 생김이 다르고 말이 어눌하다고 열등하거나 하위의 개념이 아니라 우리의 도움으로 넉넉히 극복할 수 있는 조그만 차이임을 인식하는 것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시작이리라! <br />
갑자기 생각지도 않았던 말이 불쑥 튀어나온다. “권간호사!  하롱베이 새댁 시술비용 직원할인 적용 해드려라” <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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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8.6 매일신문 고운미피부과 정현주 원장<b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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